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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은, <북쪽 창문으로> Eun Chun, To the North Facing Window. 2026

초판 펴낸 날. 2026년 6월 6일

사진. 전명은 

글. 전명은, 김성우, 전가경

편집. 전가경

책 디자인. 정재완

번역. 콜린 모엣    

인쇄 & 제본. 문성인쇄 

펴낸 곳. 사월의눈

발행부수. 500부

면수. 148쪽

사진 컷. 112장

크기. 220(w) x 300(h) x 11(d)mm

제본. 사철  

ISBN 979-11-89478-33-9 03660  

KRW 57,000

책 소개 ​
 

『북쪽 창문으로』는 15년에 걸친 사진가 전명은의 작품 세계를 인물사진을 중심으로 정리한 작품집이다. 2010년 청각장애인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사진 작업을 발표해 온 전명은 사진가는 지난 15년간 인물, 사물, 풍경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사진 언어를 구축해 왔다. 청각장애인 및 시각장애인 등과 협업한 작업에서는 인간 감각의 세계를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탐구했고, 천문가와의 협업에서는 ‘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음향효과전문가와의 작업에서는 시각과 청각의 매개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질문해왔다. 전명은은 사진을 사진가가 대상을 프레임 안에 고정해 의미를 정박시키지 않고, 피사체와의 만남 속에서 비로소 가능해지는 행위로 바라본다. 그는 사진 촬영의 주체를 사진가에서 피사체로 이동시키며, 관계와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사진을 탐구한다. 이같은 태도는 그가 인물을 찍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일반적인 인물사진이 인물의 정체성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공간이나 소지품 같은 단서를 함께 제시하는 데 반해, 전명은의 사진은 인물의 단편적인 장면들을 통해 시선을 인간 너머의 존재와 세계로 확장시킨다. 감각의 세계를 탐구해 온 그의 작업처럼, 인물 사진 역시 프레임 안의 인물에 시선을 머물게 하기보다 그 바깥을 상상하도록 이끈다.

사진책 『북쪽 창문으로』는 이러한 전명은의 사진 세계를 책이라는 매체의 언어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특히 작가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계절감을 책의 구조로 끌어들였다. 표지에서 내지에 이르기까지 절기(節氣)가 곳곳에 표기되어 있으며, 독자는 변화하는 계절 사이를 따라가며 사진을 만난다. 책의 중심에는 인물 사진이 놓여 있지만, 언제나 다음 장면으로의 이행을 촉발하는 그의 사진에서 인물사진이 지향하는 것은 ‘인물’만이 아니다. 그것은 사물이기도 하고, 풍경이기도 하며 혹은 동물이기도 하는, 비인간으로 부를 수 있는 전체다. 그렇게 책에서 인물은 풍경을 향해 열리거나 풍경 안에서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북쪽 창문으로』는 15년간 축적된 전명은의 작품 세계를 ‘인물사진’이라는 열쇳말로 응축하면서도, 인물사진과 사진 자체에 대한 고전적 정의를 다시 묻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사진이 어디에 서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각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책에는 사진가 전명은, 큐레이터 김성우 및 편집자 전가경의 글이 수록되어 사진과 책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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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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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던 질문 하나가 뜬금없이 풀려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것은 ‘사진을 둘이서 함께 찍는 일이 가능할까?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은 하나뿐인데?’라는 것이었다.

  • 전명은, 「촛불이 들어있는 상자의 덮개를 연다, 너를 향해 너는 나를 향해」 중 

 

처음 완성한 사진 연작은 청각장애인과 그들의 언어인 수화가 시공간을 점유하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었다. 수화 동작을 사진으로 찍고자 했을 때 내게는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고 그를 찾기 위해 학교에 있던 수화 통역과 사무실로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사무실 입구 게시판에 ‘모델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A4 사이즈로 정성스럽게 프린트한 포스터를 붙였는데, 그렇게 만난 플로렁스를 시작으로 토마, 아델라이드, 시몽, 스탄, 카롤린, 바시르, 스티브, 미리암, 스위니, 다비드, 샹탈, 로헝을 차례차례 사진으로 찍었다. 어느 순간 주변에 수화로 소통하는 친구들이 많아졌고 나는 적어도 ‘안녕’, ‘고마워’, ‘차 마실래? 아니면 커피?’ 정도의 말을 수화 동작으로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이런 게 사진 찍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만나고, 그의 세계를 여행하고, 놀라워하고, 깨닫고, 배우고, 하나하나 알아가는 일.

  • 전명은, 「촛불이 들어있는 상자의 덮개를 연다, 너를 향해 너는 나를 향해」 중 

 

그들은 나의 안내인이었다. 처음부터 사진 찍는 일이 그런 거라고 배운 나는 이제 안내인 없이는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 전명은, 「촛불이 들어있는 상자의 덮개를 연다, 너를 향해 너는 나를 향해」 중

 

이 책이 낯선 도시의 눈 쌓인 기찻길 사진으로 시작되는 것은 기막힌 우연이다. 내가 스무 살 무렵 도화지를 잘라 만든 ‘겨울에서’라는 제목의 사진책 맨 마지막 페이지가 어느 도시의 기찻길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나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쉬지 않고 화해하자고 말해온 건지, 아니면 아직 아무런 사진을 갖지 못했던 어린 시절 내가 지금의 나를 이끄는 또 하나의 안내인인 건지 궁금하다.

  • 전명은, 「촛불이 들어있는 상자의 덮개를 연다, 너를 향해 너는 나를 향해」 중 

 

그런 생각을 종종 해 왔다. 전명은의 사진은 기록에 기반하지만, 현재의 생명력으로 거듭나기에 대상은 고정된 인상에서 탈구되어 언제나 이행의 순간에 위치한다고. 그의 시선이 누군가의 몸짓에서 계절로, 지난 시간을 담지한 사물로 이동한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그의 풍경 사진은 봄 ‒ 여름 ‒ 가을 ‒ 겨울과 같이 시간을 경계 짓는 언어적 구분이 무색해 보인다.

  • 김성우, 「결정될 수 없는 순간들」 중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과하는 이미지”라 말한다. 그의 말처럼, 피사체의 외형에 머무르지 않고, 그로부터 발견하는 유동성, 그 변화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시선, 시간성과 운동성을 포착하려는 시도가 그의 사진에서 도드라진다. 여기서 ‘결정적’이란 수식어는 불필요해진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순간이 세계를 정렬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렬되지 않는 상태로도 스스로 충분히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한 번의 ‘결정’으로 세계를 요약하는 대신, 하나의 프레임이 다음의 프레임으로, 다음의 시간과 다음의 움직임을 계속 호출하도록 만든다.

  • 김성우, 「결정될 수 없는 순간들」 중 

 

작가의 인물 사진은 단일한 인상으로 개인을 대표하기보다, 낱장의 이미지에 대상이 완전히 담길 수 없음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장면에 가까워 보인다. 모든 사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중심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그 부분만을 드러내고, 사람은 배경과의 관계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기도 한다. 심지어 포즈는 피사체를 대변하는 안정된 정면성을 취하지 않는다. 손으로 얼굴을 누르고, 몸을 웅크리며, 피부를 스치거나 압박하는 식의 작은 행위는 몸짓에서 발생하는 드라마가 아닌, 몸이 표정을 만들기 이전의 움직임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초상은 완결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도리어 인물이 이미지가 되면서 발생하는 틈새를 파고들며, ‘무엇을 볼 것인가’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로 시선을 이행시킨다.

  • 김성우, 「결정될 수 없는 순간들」 중 

 

사진이 표면의 기록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표층의 이미지가 작동하는 방식에 있다. 전명은의 작업에서 이미지는 결코 단선적인 서사나 정체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그의 인물 사진에는 그 사람이 겪어 온 시간과 타인과의 관계, 사회가 부여한 이름들, 스스로 선택해 온 삶의 태도와 감각들이 겹겹이 스며들어 있다. 또한, 한 사람의 얼굴은 독립된 중심으로 군림하기보다, 주변의 사물과 장소, 공기와 빛의 밀도를 한껏 머금고 있다. 그래서 초상은 더 이상 한 개인을 규정하는 징표로 귀결되지 않는다. 그 / 그녀가 누구인지보다 ‘어떻게 존재하는지’가 선행한다.

  • 김성우, 「결정될 수 없는 순간들」 중 

 

이 책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와 피사체, 톤을 지닌 사진들이 좌우 페이지 안에서 스며들 듯 교감하는 이유는, 그의 사진들이 궁극적으로 프레임 너머로 시선을 유도하고 그 너머의 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난 15년간 축적된 전명은의 작품 세계에서 인물을 중심으로 사진을 추출한 인물사진집이라 할 수 있으나, 인간 외의 사물과 풍경을 함께 배치한다는 점에서 기존 인물사진의 전형을 우회한다.

  • 전가경, 「책 속 사진들은 계절 사이에 놓인다」 중 

 

종이의 넘김은 곧 시간의 표현이기에, 그 사이에는 절기가 자리한다. 그러나 겨울이 왔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듯, 이 책 역시 뚜렷한 시작과 끝이 없이 순환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겨울과 봄이 만나 서로를 관통하고, 빛이 들지 않는 북쪽과 빛이 드는 남쪽이 맞닿듯, 이 책의 시작과 끝은 분기점 없이 맞물린 채 반복될 것이다. 그 안에 자리한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시선을, 혹은 존재를 교환한다.

  • 전가경, 「책 속 사진들은 계절 사이에 놓인다」 중

 

작가 소개

전명은

전명은은 사진가다. 모든 형태의 움직임을 생각한다. 〈사진은 학자의 망막〉, 〈새와 우산〉, 〈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글라이더〉, 〈북쪽 창문으로〉와 같은 작업을 했다.

www.chune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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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snow Pres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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