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준, <못섬> Yang Kyeong Jun, Motseom. 2024
책 사진. 장혜진
초판 펴낸 날. 2024년 11월 15일
사진과 글. 양경준
번역. 양경준, 줄리 첸
편집. 전가경
책 디자인. 정재완
인쇄 & 제본. 케이비팩토리
발행부수. 350부
사진. 90장
면수. 112쪽
크기. 210(w) x 135(h) x 9(d)mm
제본. 사철 오타바인드
ISBN 979-11-89478-27-8 (00660)
40,000 won
책 소개
사월의눈 세 번째 리듬총서는 사진가 양경준의 [못섬]이다. 작가는 2022년 10월부터 서해에 위치한 유인도인 못섬을 열 차례 찾았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는 인구가 열 명에 지나지 않는 못섬을 찾아 섬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그곳의 풍경을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윤리와 목적에 대한 고민 또한 이어갔다.
작가의 청초하면서도 맑은 인물 사진과 풍경에 대한 덤덤한 사진들이 서해의 한 섬을 따뜻하게 품는다. 특히, 짧은 호흡으로 써내려간 단락들이 섬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낙관적이지 않은 현상을 주제 삼았으나 그렇다고 하여 책의 결말이 비관적이지 만은 아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을 보듯이 부정적 의미의 이 단어들이 갖는 다른 함의 또한 존재할 수 있음을 책은 은연 중에 전달한다.
엄선한 90장을 지면에 수록했다. 도달하지 못하는 못섬을 손끝으로 느끼고자 동판 엠보싱 처리한 못섬을 표지에 담았다. 작은 판형과 쉽게 휘어지는 물성 덕분에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못섬이 되었다.
책 속으로
10쪽
“못섬은 한때 민둥섬이었다. 1920년대, 인간이 처음 못섬에 정착했을 때, 어업 외 유일한 수익은 섬 나무를 베어 지나가는 어선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나무는 숭덩숭덩 베이고 새까맣게 그을려 큰 배를 움직이는 연료가 되었다. 절벽에 매달려있던 나무도 예외 없이 실려 가고, 더 이상 벨 나무가 없게 되었을 때 못섬에 없던 동물들이 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쥐를 위해 고양이를, 집을 위해 개를, 달걀을 위해 닭을, 돈을 위해 염소를 들여왔다. 마당과 선착장이, 밭과 풍력발전소가 생겼다. 태어나는 사람과 죽는 사람 또한 생겼다.”
70쪽
“촬영보다 발굴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하다. 카메라는 곡괭이. 사진은 묻혀있는 시간의 흔적. 묵묵하게 땅을 파듯 정처 없는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비로소 반짝이는 첫머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소멸을 사유하고 있는 나에게만 특별하게 보이는 장면. 그 앞에서 멈춰 선다. 사진을 캐낸다.
은유와 직유, 변주를 한다. 이 사진이 왜 지방 소멸과 연관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진. 의도가 너무 티 나는 사진. 유치한 사진. 보자마자 넘겨버리는 사진. 잠시 멈춰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의심하는 사진. 해석할 수 있는 사진.
〈못섬>이 정보만 전달하는 시리즈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보는 이가 고민하고, 사유하고, 느끼도록 하고 싶다. 다가오는 지방 소멸을 본인 고유의 눈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당신에게 소멸은 무슨 뜻인가'라며 말을 거는 사진. 내가 못섬에서 담은 풍경과 사물이 그렇게 다가가길 소망한다.”
106쪽
“은숙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가득 배 있다. 못섬을 못섬이라고 함께 불러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못섬이라는 세상을 떠났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름. 그 이름을 부르는 입이 점점 줄어든다.
진정한 죽음은 아무도 그의 이름을 기억해 주지 않았을 때 온다고 했던가. 못섬에 단 한 명도 살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못섬에서 인간의 삶이 끝나더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이름을 기억해 준다면 못섬은 사라지지 않는다. 은숙의 바램을 이뤄주고 싶다. 이곳에서 사람이 살았다고. 그 이름은 못섬이라고. 손으로, 글로 그 이름을 전한다.
못섬. 우리가 아는 이름을 쓴다.”
작가 소개
양경준
1993년 한국 출생.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주로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사회, 정치, 문화의 변화상을 관찰하며, 그 변화가 한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조망하는 작업을 한다. 자이스 & 월드 포토그래피 오가니제이션 어워드에서 우승했고, 렌즈컬쳐 크리틱스 초이스와 동강 국제 사진제에 선정되었다. 일본 후쿠시마를 기록한 『3-1=1』을 포함해 네 권의 사진책을 독립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