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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Kam Jeong-won, <스틸 컷, 희수 The Train Passed By: Stills>, 2023 

​책 사진. 장혜진 

스틸 컷. 감정원 

글. 박인호, 전가경 

한영 번역. 콜린 모앳 (에세이 & 자막 일부) 

책 디자인. 정재완

편집. 전가경

언어. 한국어 & 영어 

인쇄와 제본. 케이비팩토리

초판 펴낸 날. 2023년 4월 10일

발행부수. 300부

면수. 240쪽

크기. 92(w) x 260(h) x 18(d)mm

제본. 사철, 오타바인드 

 

ISBN 979-11-89478-09-4 (03680)

28,000 won

책 주문

책 소개

“희수야, 희수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몰라.

어제도 주간치고

오늘 와 또 야간치노.

쉬엄쉬엄 해라, 몸 상한데이.

장갑 꼭 끼고 하고.”

 

“이제는 좀 쉬어도 되지 않겠어?”

 

“잘 살아 왔다.

잘 살아온 것임을 너 자신이 알고

우리 모두가 안다.

이제는 너를 위한 먼 여행을 떠나,

또 만나자.”

『스틸 컷, 희수』는 감독 감정원의 첫 장편독립영화 〈희수〉로부터 출발한다. 젊은 여성 노동자 희수는 대구 염색공단에서 일한다. 희수의 밤과 낮은 언제나 공단의 공기로 가득하다. 같은 공단에서 일하는 남자친구 학선과 동료가 그나마 작은 힘과 위로가 되어준다. 변화라고는 전혀 없을 무미건조한 공단의 삶 속에서도 희수는 여행을 꿈꾼다. 학선과 함께 먼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본다. 그러나 이 여행 조차도 기약되지 않은 채 미뤄진다. 결국 홀로 여행길에 오르는 희수. 그가 택한 곳은 대구에서 유난히 가닿기 힘든 강원도 묵호항이다. 공단의 공기와 소음과 어두운 빛이 없는 그곳에서도 희수는 노동을 이어가지만, 자신을 반추시키는 사람들을 만나며 삶을 되돌아본다. 학선은 뒤늦게 희수를 따라 여행길에 오르지만 희수를 만나지 못한다. 영화배우 공민정과 강길우가 각각 희수와 학선의 역을 맡았다. 

   

『스틸 컷, 희수』는 영화 〈희수〉를 책의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영화에는 두 개의 시간대가 흐르는데, 책은 하나의 시간대를 추가했다. 총 세 개의 시간대가 책을 상중하로 가로지르며 영화를 다시 이야기한다. 하나는 희수의 관점에서, 다른 하나는 학선의 관점에서, 또 다른 하나는 그 둘의 관점에서. 영화에서 분절된 채 흘렀던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그리고 대구와 묵호항이라는 공간은 책에서 순차적으로 배열된다. 영화 속 뒤엉킨 시간들이 혼란스러웠을 관객들에게 책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걸어갔을 시간을 재정렬해서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영화 〈희수〉에 대한 해설서이기도 하다. 감정원 감독이 섬세하고 미려하게 포착한 영화의 아름다운 장면들 또한 책에서는 보다 오래 음미할 수 있다.

관련 자료 

『씨네 21』 감독 인터뷰

『씨네 21』  공민정 배우 인터뷰

『뉴스풀』  기사: 이 영화를 보라

서울독립영화제

책 속으로

 

감독 감정원의 첫 장편 〈희수〉는 밤의 정조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영화다. 좀처럼 말이 없지만 조금만 웃어도 세상을 밝힐 듯 맑아지고 조금만 찡그려도 지금껏 버텨오던 것이 움푹 꺼질 듯한 희수의 세미한 표정을 닮은 영화이기도 하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희수〉의 중심에 배우 공민정의 골똘한 얼굴이 있고 밤의 세밀한 정취가 있으며 희수의 깊은 잠이 있고, 지척에 있는 죽음의 여행이 놓여 있다. 감정원은 이 길을 어떠한 기교 없이 이어가며 우리를 인도하는데, 우린 이 여정을 따라가며 판타지라고 부르기 주저한다.

희수는 살아서도 성실한 노동자였고 죽어서야 떠난 여행 중에서도 노동하는 자이기 때문일까. 기차 소리와 파도 소리가 수시로 들려오는 묵호에서 만난 할머니, 중년 여성, 횟집 사장, 중학생 소년 그리고 그들과 각각 나눈 햇살과 해질녘의 아스라한 감정, 어둠 속의 따스함이 말갛게 바라보던 희수의 시선보다 내밀한 마음을 전달해주기 때문일까. 뒤늦게 도착한 희수의 연인 학선의 응시가 희수를 닮았기 때문일까. 무엇이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 박인호(영화 평론가), 「밤과 죽음으로부터」

 

사진책 『스틸 컷, 희수』는 영화 속 뒤엉킨 시간을 세 개의 시간대로 정렬해 나간다. 영화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뒤엉킨 시간의 실뭉치들이 책에선 세 개의 공간으로 분할되어 풀어진다. 시간이 일면 ‘해소’되기도 하는 이 책은 그래서 영화 〈희수〉에 대한 해석본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동시에 감독 감정원이 희망했듯이 독립된 사진책으로 감상해도 좋다. 영화에 관한 책을 만든 북디자이너 리처드 홀리스는 말했다. “어떤 책도 영화 그 자체가 될 순 없다.” 영화와 책의 시간은 다르다고 말했다. 영화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고 보여줄 수 없던 것을, 책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고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정지된 장면들을 갖고서 세 개의 시간대를 선명하게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평행은 곧고 반듯하고 질서정연하지만, 꺼림칙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두 선은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운데 공간은 두 선이 끝내 만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주목해 주기를 요청한다.

- 전가경(사월의눈), 「영화 〈희수〉를 관통하는 세 개의 시간들」

 

 

작가 소개

감정원 감독은 연출가로, 스탭으로, 영화 협회 사무국장으로 대구에서 오랫동안 영화 일을 해왔다. 직접 연출한 독립영화 〈희수〉(2021) 역시 대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영화 〈희수〉로 21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옹골진상(대상)을 수상했으며, 협동조합 컨티뉴이티(Continuity)를 설립하고 〈희수〉를 전국 독립영화관에 직접 배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연출한 작품으로 〈신세계〉(2017)가 있으며, 〈식물카페, 온정〉(2021)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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