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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Shin Hyun Rim, <사과 여행 Apple Travel>, 2014

137mm(w) 235mm(h) 6mm(d)

80pages, 78images, soft cover

isbn978-89-969373-2-6(03660)

값20,000원  주문하기

2011년, 사진책 『사과밭 사진관』(눈빛)으로 사과 사진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시인이자 사진가 신현림이 2014년 7월, 『사과 여행』이라는 사진책 출간 및 전시를 통해 두번째 사과 사진 시리즈를 공개한다. 7월 24일(목)부터 8월 3일(일)까지 서울 안국동 갤러리 담에서 진행되는 신현림의 <사과 여행>전시는 동명의 제목으로 출판된 사진책과 함께 관람객과 독자들을 찾아간다. 2011년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사진이 중심이 되는 작업을 선보인 것이다.

 

첫번째 사진전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에서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감각을 드러낸 신현림은 2011년 사진전<사과밭 사진관>에서는 사과를 소재로 풍성한 심상의 세계를 연출했다. 사과밭에 연출된 사과와 신현림의 딸 그리고 그 자신은 첫 전시에서 드러낸 몽환적 감각을 이어나가되 알레고리로서 사과를 사진에 새롭게 위치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알레고리로서의 사과는 이번 사진책 『사과 여행』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단, 큐레이터 정형탁이 신현림과 나눈 대화에서도 말했듯이 『사과밭 사진관』에서의 사과 사진들이 설치와 퍼포먼스 기법이 돋보였다면, 이번 『사과 여행』은 정공법이다. 이번 사과 사진 시리즈에서 인물은 사진 프레임에서 물러서고, 대신 사과가 주인공으로 자리했다. 신현림이 세계 각국을 6년간 돌며 찍은 이 사진들은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공법이되 초현실의 경계를 되묻는 낯선 기법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반복되는 사실적인 사과 풍경 사진들은 페이지의 넘김을 축으로 어느새 자연에 대한 잃어버린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변모해 간다. 신에 대한 경외감과 친밀감을 담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베어 있는 화폭이 드러나는 것이다.

 

여행하는 풍경 속에 사과를 배치한 신현림에게 풍경은 곧 자연이고, 그 앞에 놓인 사과는 제의적 상징이며, 그러한 행위를 이어 나가는 사진가 자신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제사장이다. 우리는 흔히 사진 촬영이라는 행위를 타인에게 가하는 일종의 고통으로서도 이해했다. 타인의 고통을 사각의 프레임을 통해 우리는 향유했다. 사진가는 고통의 현실을 매끄러운 디스플레이의 현실로 탈바꿈시켰으며, 디스플레이의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는 현실을 이미지로 치환해서 관망했을 뿐이다. 하지만 신현림은 이러한 사진적 고통 혹은 사진촬영을 통해 야기되는 피사체와의 거리두기를 역이용한다. 제사장인 사진가 신현림에게 사과 사진은 일종의 제단이

다. 사람들은 사진이 품은 풍경의 흔적들을 뒤쫓아 가기 보다는, 풍경에 자리한 사과의 낯선 자리매김 앞에서 상념하고 묵념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과 여행』 사진들은 기존 사진 촬영의 가장자리를 읊는 행위이기도 하다. 기존 사진 세계의 질서에 대한 의문으로서, 그간 문제시되었던 사진의 윤리적 강령은 사진 외부가 아닌, 사진 그 내부에서 해결되고 있다. 이것은 지난 몇 년간 대중을 향해 신현림이 전달한 치유의 메세지와도 결을 같이 한다. 

 

나아가 그의 사진들은 한국 사진계의 질감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신현림 특유의 푸른 톤이 지배하는 몽환적 화면들, 사과라는 자연물의 개입과 이를 통한 기록과 연출의 경계 분쇄하기. 일면 탐미적이기도 한 일련의 조형적 시도들. 사진계에 보다 다채로운 사진적 촉각을 자극하는 신현림의 사진언어이다. 

 

 

 --- 책 속으로 ---

 

정형탁 『사과 여행 Apple Travel』 시리즈는 말 그대로 사과가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입니다. 짧은 영어지만 trip과 travel은 다르죠. 주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신현림 제가 태어나 사과나무 숲을 처음 봤던 날이 기억나요. 그만 흠뻑 반했던 날이요. 이후 사과를 주제로 사진 작업한지 10년이 되었어요. 제가 갈 곳과 가고 싶은 곳을 향할 때 늘 사과를 갖고 다녔으니 trip은 아니에요. trip은 tour보다 짧은여행인데, 제 사진전은 여행기, 기행문 뜻을 지닌travel에 가까워요. 그리고 순례이기도 해요. 순례는 보이는 것마다 깊은 내면으로 들어와 꿈꾸고 탐구하며 자신을 더없이 풍요롭게 만들어가요. 순례가 가진 깊은 맛은 사과가 익어가듯이 인생의 고난과 고단함을 잘 견디고 이겨냄으로써 자기 성숙을 이루는 데 있으니까요. 

 

사과는 태양과 바람과 비의 음료수예요. 갈증을 풀고 생의 활기를 주는 사과의 실체는 물이자 사랑입니다. 제 작업의 주제도 같아요. 죽어가는 것을 생명으로 되돌려놓고 회복시키는 이미지라는 면에서 그래요. 우리의 전래제사 풍습에서 사과는 제물이에요. 저는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처럼 풍요를 기원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점점 늘어나는 사람의 손길과 발길로 다치거나 아픈 풍경 앞에서‟미안합니다”,“용서를 빕니다”하고 사과를 했어요.“자손들이 잘 살 수 있는 땅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했어요. 가는 곳마다 해와 바람 속에서 풍경과 나무의 존재에 감사했지요.

 

이번 『사과 여행』은 제가 숨 쉬고 느끼고, 사랑하는 인생 그리고 지구와 자연에 대한 감사 여행이며 기도 여행이었어요. 인간의 역사는 정복과 살육과 희생의 역사입니다. 그 역사 속에서 덧없이 사라진 이를 위로하고 싶었고, 그 기억들을 일깨우기 위한 여행이기도 해요. 끝없이 영생의 삶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저는 사과 여행을 통해 부단히 다시 깨어나고,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요.

 

- 사월의눈 보도자료 중에서

 

 

저자소개

사진 / 대화 신현림

신현림은 경기 의왕 출생으로 사진작가이자 시인이다. 미술대학에서 잠시 수학했고, 국문학과 졸업 후, 디자인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사진작가로서 첫 전시회〈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을 열고, 석사학위 논문 『기이하고 미스테리한 생의 관점으로 바라본 일상 이미지 탐구』에서 낯설고 기이하고 미스테리한 삶의 관점을 다중적으로 얽힌 작품 이미지로 연구해보였다. 세번 째 전시〈사과밭사진관〉으로 2012년 울산 국제 사진페스티발 한국대표작가 4인 중 한명으로 선정되었다. 사진과 글이 결합된 책인『나의 아름다운 창』,『희망의 누드』,『슬픔도 오리지널이 있다』,『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사과밭 사진관』등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아주대에서 텍스트와 이미지, 시 창작 강의를 했다. 신현림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작가이다.

 

대화 정형탁 

정형탁은 독립큐레이터이며 저술가이다.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덕원갤러리에서 큐레이터, 갤러리벨벳에서 디렉터로 일했고, 2000 미디어시티 서울, 2008 부산비엔날레 등에서 일했다. <Sliding Doors>, <톨스토이 - 살아있는 톨스토이를 만난다>, <5ᆞ18기념관>, <mass mass mass - 전국광 15주기전>, <노무현 3주기전>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월간 미술세계』와 계간『Contempo-rary Art Journal』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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