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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영, 마음-언어-수: 1980년대 사진과 종이 작업들 PARK DooYoung, Mind - Language - Numbers: Photographs and Paper Works from the 1980s. 2024

​책 사진. 장혜진 

초판 펴낸 날. 2024년 10월 3일

작품. 박두영 

글. 박두영 & 박창서

번역. 전현배 

사진 협조. 갤러리신라

편집. 전가경

책 디자인. 정재완

인쇄 & 제본. 케이비팩토리 

 

발행부수. 350부

작품 수. 39장

면수. 152쪽

크기. 150(w) x 175(h) x 10(d)mm

사진 카드. 62장(세트) 

제본. 사철 하드커버 

 

ISBN 979-11-89478-25-4 (02660)

42,000 won

책 소개 
 

『마음 - 언어 - 수數: 1980년대 사진과 종이 작업』(이하 『마음 - 언어 - 수數』)은 미술가 박두영의 작품집으로서 박두영이 1980년대 초중반 작업했던 일련의 사진 기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195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박두영은 계명대 서양화과 졸업 후 대구에서 현대미술가로서의 기반을 닦는다. 일본의 미술평론가 치바 시게오(千葉成夫)가 박두영론에서도 서술했듯이 서울로 확산하기 전 대구는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였으며, 이는 그가 최전선의 현대미술을 공부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미술가 선후배들과 교류하며 미술 이론을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진 또한 습득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는 마음에 나오고 마음은 언어에 지배되어 있다"는 생각을 통해 작품세계의 개념적 토대를 세운다. 『마음 - 언어 - 수數』에 수록된 작품들은 이같은 박두영의 초기 생각이 사진과 현대미술의 접점 속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초기의 〈나는 그린다〉 시리즈를 지나 〈달은 어디에 있는가〉와 〈페이지 45〉 및 〈산맥〉과 〈수 또는 마음에 대하여〉 시리즈를 통해 ‘본다’라는 행위, 인간의 관념 그리고 기호로서의 사진의 의미를 탐문한다. 이중 〈수 또는 마음에 대하여〉와 〈낙서방정〉 시리즈는 박두영의 수와 언어에 관한 관심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의미 체계와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으로서의 사진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한다. 특히, 사진 속 ‘수’에 주목하는 박두영의 접근법에서 사진의 지시성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되는데 그 제스처는 꽤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책에는 작가가 1981년도부터 1986년(일부 작품은 2005년까지 지속)까지 진행한 총 25점의 사진과 종이 기반 작품이 작가의 짧은 회고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책 말미에는 미술가이자 평론가인 박창서 작가가 박두영의 2023년 대구 신라갤러리에 부친 평문을 부분 수정해서 재수록했다. 총 62점의 사진으로 제작된 사진 카드 또한 책과 함께 한 세트로 구성했다. 독자는 이 카드를 통해 박두영의 수와 언어 개념을 둘러싼 ‘언어 놀이’를 이어갈 수 있다. 

박두영의 1980년대 초중반 종이 및 사진 작업들은 국내 사진사 및 미술사에서 보기 드문 사진에 대한 개념적 접근이자 생동했던 대구 현대미술의 한 장면이다.

책 속으로

대학을 마친 후에도 한동안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한 나는 지인의 작업실을 전전하며 낭인처럼 지냈다. 다행히도 미술에 대한 열망은 놓지 않아 같은 지향을 가진 선배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전시회를 열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는 마음에서 나오고 마음은 언어에 지배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 맥락 속에 동시대의 개념미술이나 전통의 인문 가치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때로는 몸짓으로, 때로는 과학이나 철학에 이르기까지 궁금한 것이면 무엇이든 찾고 구했던 나의 탐구 정신은 관심 사안에 따라 두서없는 작업들로 방출되었고 그 잔여물들은 수없이 옮겨 다닌 이사 과정에 분실되고 잊혔다가 2011년 겨울, 화재로 보다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회복하게 된 것이다.
작품들은 나의 "초발심(初發心)"을 보여주고 있다. 나를대로 의미를 두어 본다면, 종이 기반 작업으로, 물리적 양괴(量塊) 없이 개념만을 표시한 〈텍스트-조각〉, 일루전은 이면에 숨기고 문자 언어를 미술 메시지로 제출한 〈바다-풍경 작업〉, 이미지를 기호의 의미로 따져 묻는 드로잉들, 인문 가치에서 탐욕적인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욕망과 기호들을 서책의 동일 지면에 병치한 〈Page 45〉 작업이 있다. 사진작업으로는 몸을 흔들어 찍은 영상을 제출한 〈나는 그린다〉 시리즈와 언어나 개념을 실제의 이미지로 재구성한 작업이 있다. 같은 시기에 설치작업과 병행해서 발표했던 〈수 개념〉 사진 연작들은 대상이나 외부세계가 아닌 마음에서 발현한 수 개념을 신비롭게 생각하여 인식의 문제를 되돌아본 작업들이었다. 
  • 박두영, 「1980년대의 작업을 돌아보며」 중
 
박두영은 계명대 회화과 4학년이었던 1981년부터 개념적인 형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 시기에 있었던 특별한 만남과 사건은 그가 당시 누구보다 이른 나이에 자신만의 미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세우고 작업으로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1979년 6월, 이강소 작가는 대구에 리화랑을 오픈하였다. 리화랑 개관전에는 한국 실험미술의 중요한 작가들인 김환기, 이우환, 하종현, 박서보, 김창열, 윤형근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당시 계명대 재학생이던 박두영은 이 전시에서 미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결정적인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김창열의 물방울 작업이었다. 박두영은 재현된 물방울 그림이 주는 단순한 시각적 착시가 아니라 1.5m의 거리를 두고 화면이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제시하고 있는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박두영에게 김창열의 회화는 1.5m 거리 밖에서는 영롱한 물방울의 이미지를 재현해 내고 있었으나, 화면 가까이 다가갈수록 물방울의 이미지와 액체성은 해체되고 마대 포의 거친 질감과 물감의 순수한 질료 상태만이 목격된 것이다. 그는 1.5 m의 거리를 오가며 오랜 시간 동안 작품 앞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미적 경험을 통해 박두영은 미술이라는 것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미술이야말로 인생을 걸고 매달릴 수 있는 과업으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리화랑에서의 시각적 경험이 있고 불과 몇 일 되지 않아 제5회 《대구현대미술제》가 개최되었고 계명대학교 전시장에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그러나 며칠 전의 미적 충격이 채 갈무리되기 전이라 박두영은 오히려 혼란한 마음을 느꼈다고 한다.
(중략)
〈수 또는 마음에 대하여〉 시리즈 중 〈3에 대하여〉는 사진으로 세 명의 인물이나 세 그루의 나무 혹은 세 대의 비행기처럼 '3' 이라는 수에 묶인 여러 대상을 나열한 작품이다. 실제 찍은 사진들과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한 세 명의 인물을 다시 촬영한 사진 등 다양한 형태의 사진들이 사용되었다. 작가가 사용한 이 평범한 사진들은 작가가 지정한 수의 지시성에 종속되어 본래 사진이 가지고 있던 서사나 내용은 약화한다. 다시 말해 모든 대상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수 개념에 사진의 내러티브는 포섭되어 상실되거나 약화하는 것이다. 작가가 설정한 수에 의해서 원래 사진의 매체적 특성은 해체된다. 이후 수에 대한 작업은 사진을 이용한 작업에서 사물을 이용한 설치 작업 그리고 사진과 실제 사물을 병치한 작업으로 이어졌다. 어떤 장소에 있는 나무나 돌들을 재배치하여 갯수를 채우고 흰 석고가루로 원을 그려 그것들을 수의 프레임 안으로 가두어버리는 현장 작업 등으로 이어졌다. 이 작업은 작은 조약돌을 이용한 멜 보크너의 〈Theory of Sculpture〉 시리즈와 형식적으로 유사한 지점들이 존재하나 멜 보크너가 수학적 개념과 집합 개념을 통해 대상을 어떻게 구획하고 규정하는가에 따라 존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면, 박두영은 모든 대상을 균등하게 만드는 수 개념 자체를 작업으로 제시하고 수 개념으로 묶인 대상들을 선택하는 방식에서의 무작위성과 우연성이 개입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 박창서, 「개념에서 실존으로 그리고 다시」 중

 

작가 소개

작가 박두영은 195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하고 활동하였으며 2020년부터 경주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1982년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1984년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3년 《반사진反寫眞》이란 타이틀로 사진 일루전의 윤곽선을 찢거나 따내는 형식의 작품전을 가진 이래 대구, 서울, 도쿄 등지에서 16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초기에는 종이나 사진 등을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과 설치작업들을 병행하였고 1992년 이후에는 수직 수평의 줄무늬 회화에 매진하고 있다. 1981년부터 《12월 – 동성로》 (동성로 대구백화점 광장, 1981), 《오늘의 대구미술》 (대구 수화랑, 1984), 《젊은 세대》 (대구 수화랑, 1985), 《앙데팡당》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1985), 《서울현대미술제》 (서울 미술회관, 1988), 《하드코어 대전 코넥션》 (대전 현대화랑 및 동아미술관, 1988), 《3월의 서울》 (서울 미술회관, 1988), 《TA – RA》그룹전 (대구 및 서울, 1990), 《대구현대미술 14인의 시각》 (대구 문화예술회관, 1992), 《대구현대미술의 동향》 (대구 문화예술회관, 1995), 대구 – 파리 현대미술전 《CARAVAN》 (대구 문화예술회관, 1996), 《메이드 인 대구 II》 (대구미술관, 2020) 등 다양한 단체전을 통해서도 활동한 바 있다.

참여자 소개

박창서는 파리 1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와 예술학 박사 학위 취득 후 한국으로 돌아와 작가, 비평가,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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